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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 없는 ‘영도다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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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12.16 21:45:33
  • 조회수 170

 

한국전쟁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 ‘영도다리’다. 
겨울 어스름 추운 바닷바람은 피란의 신산함을 더욱 깊게 하는데 가족의 행방은 난망하기만 하다. 그들은 피란을 시작하며 가족들과 약속했다. 부산에 가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그리고는 흩어진 가족들을 찾기 위해 영도다리로 몰려든다. 그들은 영도다리에서 춥고 외로운 피란지에서의 기약 없는 가족상봉을 울며 기다렸다.
  
 ‘영도대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11월 23일에 만들어졌다. 육지 남포동과 섬 영도를 잇는 다리다. 
특히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다리 상판 일부를 들어 올리는 도개 기능을 갖춰 당시 이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모습이 또 다른 명물이 됐다. ‘도개’란 말 그대로 다리를 여는 것으로 다리 밑으로 통과하기 힘든 대형선박을 위해서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을 말한다. 
개통 당시에는 하루 2∼7차례 들어 올렸으나 교통량 증가에다 다리 하부에 상수도관이 놓이면서 1966년 9월에 도개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롯데백화점이 영도다리 인근에 광복점을 짓는 것을 계기로 도개 기능을 복원한 새 영도다리를 2013년 11월 27일 개통했다. 항구도시의 정취와 옛 시절의 추억을 그려볼 수 있는 장소로 관광객들이 부산 여행 중 꼭 둘러보는 코스이다.

 

 

이러한 영도다리를 테마로 만들어진 축제가 ‘영도다리축제’다. 
지난 10월 14일-16일까지 제30회 영도다리축제가 열렸다. 30년이라는 연륜이 말해주듯이 여러 가지 축제가 벌어지고 있지만 역시 영도를 대표하는 ‘종합축제’다. 
그런데 축제에는 정작 주인공인 영도다리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영도다리축제가 다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물론 축제를 열 수 있는 공간의 한계 때문이긴 하지만 영도다리 옆 봉래동 물양장과 남항대교 하부구간에서 하더니 올해는 영도다리와 한참 떨어진 동삼동 아미르공원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중구의 대표축제 ‘자갈치축제’는 자갈치에서, 동구 ‘차이나축제’는 여전히 차이나타운에서 열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양 관련 공기업들이 입주한 동삼혁신도시 내 ‘아미르공원’은 매립으로 조성된 섬 속의 또 다른 섬이다. 
그런데 주변에는 식당은 고사하고 카페 등도 없는 삭막한 공간이다. 식당이나 카페 등을 가려면 한참을 걸어 나가야 한다. 섬이나 다름없는 공원에서 축제행사를 하다 보니 먹을꺼리가 없다. 
축제기간 동안 기껏해야 부스별 장사인데 이마저 관변단체들의 몫이고 푸드트럭은 뜨네기 장사들이다. 지역주민의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경제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축제현장에서 뒤돌아서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자갈치나 차이나타운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서구 ‘고등어축제’도 길 하나만 건너면 상권이다.
   
사실 영도대교가 도개 기능을 회복한 이후 다리를 바라보는 영도와 중구 주민들의 반응은 육지와 섬만큼이나 극과 극이다. 
영도 주민에게는 ‘영도다리’가 아니라 ‘중구다리’다. 이름만 영도대교지 영도 발전과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영도다리를 이용하여 행사나 축제가 열리면 영도가 아닌 중구가 경제효과를 본다. 이는 특히 도개 기능이 부활하면서 더 커졌다. 영도다리가 들썩 올려질 때마다 돈을 버는 곳은 중구 상권이다. 
축제나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인데 정작 영도구는 별 소득이 없고 중구만 득을 보는 것이다. 홍보는 영도구가 하고 열매는 중구가 가져가는 꼴이다.
   
영도대교는 2013년 47년 만에 재개통되면서 매일 15분간 도개 행사를 열었다. 도개 행사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중구 남포동 일원 상인들에게 영도대교는 ‘부산의 명물’이다. 
반면 영도 주민들에게 오는 손님 발길도 막고 있는 영도대교는 ‘애물’일 뿐이다. 도개를 해도 방문객들이 영도에 오기보다는 중구 쪽에서 구경하고 돌아가 버린다. 영도대교 인근 식당은 도개 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영도 외부에서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영도에 있는 직장인들은 행사 후 중구에서 식사를 했고 중구 직장인들은 영도로 건너오지 않고 바로 돌아가서 역시 중구 쪽 식당에서 해결했다. 그래서 이후 도개 시간을 오후 2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코로나10로 인해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재개하면서 지금은 주말에만 하고 있다.
   


영도구는 있는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지자체 중의 하나다. 
예를 들어 ‘굳세어라 금순아’로 유명한 가수 현인(1919~2002)은 영도에서 태어났지만 노래비만 영도다리 옆에 있고 신인가수등용문인 ‘현인가요제’는 현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송도에서 하고 있다. 단지 현인이 그 한때 유명했던 송도해수욕장을 자주 찾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으로 서구에서 가요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 매년 연말연시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광복로의 ‘크리스마스문화트리축제’가 있다. 이 축제의 시작은 영도 고신대 캠퍼스였다. 그런데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교통체증과 민원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중단되고 대신 중구 광복로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영도에 만 있는, 영도에서 만 할 수 있는, 영도 만의 고유한 특성이 영도관광의 원천이다. 
영도 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홍성권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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